《현장의 증거 : 세 개의 시제》
전시 기간|2026. 05. 14. - 05. 27. (휴무 없음)
관람 시간|12:00 - 18:00
전시 장소|임시공간 (인천시 중구 신포로 23번 48)
ⓒ디자인 강지웅
《현장의 증거 : 세 개의 시제》
전시 기간|2026. 05. 14. - 05. 27. (휴무 없음)
관람 시간|12:00 - 18:00
전시 장소|임시공간 (인천시 중구 신포로 23번 48)
참여 작가|강지웅, 엄기성, 치명타
관람 시간|12:00 - 18:00
전시 장소|임시공간 (인천시 중구 신포로 23번 48)
참여 작가|강지웅, 엄기성, 치명타
- 전시 기획 : 엄기성
- 전시 서문 : 이슬비 (미학관 디렉터)
- 디자인 : 강지웅
- 사진 : 최철림
- 주최·주관 : 엄기성
- 후원 : 인천광역시 중구청, 인천중구문화재단
- 전시 서문 : 이슬비 (미학관 디렉터)
- 디자인 : 강지웅
- 사진 : 최철림
- 주최·주관 : 엄기성
- 후원 : 인천광역시 중구청, 인천중구문화재단
*본 전시는 (재)인천중구문화재단 2026 인천 중구 예술활동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개최하며, 임시공간 대관전시 입니다.
Evidence from the Field: Three Tenses Installation, Space Imsi, 2026 ⓒ최철림
Evidence from the Field: Three Tenses Installation, Space Imsi, 2026 ⓒ최철림
Evidence from the Field: Three Tenses Installation, Space Imsi, 2026 ⓒ최철림
그리고 세 명의 목격자들
우리는 현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흔히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물리적인 장소를 떠올린다. 그러나 현장은 단순히 좌표로 치환되는 공간이 아니다. ‘현장’이라는 의미심장하고 모호한, 때로는 정치적이고 때로는 노동과 직결된, 애매하면서도 어딘가 날 서있는 이 단어가 지칭하는 것은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물리적 공간이자 사건이 발생하는 찰나의 순간이며, 동시에 기억이 박제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 《현장의 증거 : 세 개의 시제》는 ‘현장’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시하거나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강지웅, 엄기성, 치명타, 이렇게 세 명의 시각예술 작가들이 서로가 마주한 각자의 상황에서 각기 다른 시선을 통해, 각자가 마주해 있는 현장을 드러낼 뿐이다. 이들은 이것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합의를 통해 서로 절충된 결론을 도출하려하지 않는다. 이들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서로 다른 시제를 통해 현장이라는 모호한 장소를 나름의 방식으로 읽어낸다. 이를 통해, 이 전시는 우리가 서 있는 이 지면이 얼마나 다양한 시간의 층위로 겹쳐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각자의 매체와 방법론을 통해 현장의 안개를 걷어내고 그 아래 숨겨진 시대의 모습과 조우하게 만든다.
먼저 사후적 기록과 소멸하는 도시의 흔적을 뒤쫓는 엄기성은 자꾸만 과거를 다시 소환한다. 그에게 현장이란 이미 벌어진 일들이 남긴 파편을 수집하는 장소이다. 오래된 물건, 버려진 장소,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한 시대를 지나 이제는 주인 없이 떠도는 사물들에 대한 집착이 도시 전체로 확장된다. 그는 재개발 지역이나 철거 예정 지역처럼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장소에 주목하고, 그러한 과거의 흔적을 수집하기 위하여 도시 표면을 탁본하는 방식을 택한다. 탁본은 대상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기록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모사를 넘어, 사라져가는 장소의 육체를 현재의 시간과 물질로 가두어 새롭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재개발 지역에서 수집된 인위적인 화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백의 시간’을 물질화하며, 과거로 회귀하면서 동시에 다시 드러내는 증거가 된다. 반면, 치명타에게 현장은 지금 이 순간 뜨겁게 진동하는 현재의 발화 장소로 기능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현장은 분석되거나 박제될 수 없다. 매번 움직이고, 조금씩 달라지고, 매순간의 굴곡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치명타는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투쟁 현장과 같이 갈등과 연대가 교차하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 자신을 놓아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직접 피부로 겪은 투쟁 현장은 마냥 거칠지도, 마냥 뜨겁지만도 않다. 스스로를 ‘말벌’이라고 칭하는 청년들이 들고 온 아이스크림, 누군가 정성스럽게 씻어 온 참외 등 소위 ‘투쟁 현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이름만큼 투박하고 거칠지 않다. 치명타는 그곳에서 마주한 인간들이 관계 맺는 방식, 그 안에서 연대라는 이름의 미묘한 파동이 일어나는 역동적인 사건을 마주한다. 이 현재진행형의 기록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찰나의 미온한 온기를 포착하며 우리에게 연대의 감각적 전이를 제안한다. 그리고 사진을 주요 매체로 작업을 전개하는 강지웅이 목격한 현장은 곧 닥쳐올 재난을 대비하는 전조의 공간이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태풍과 그로 인한 피해로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연례행사처럼 젖은 신문지를 창문에 덧댄다. 무사를 바라는 마음과 혹여나 싶은 불안이 만들어낸 젖은 신문지는 아주 취약한 소재인 종이가 그보다 단단한 물성인 유리를 보호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강지웅의 사진 속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2-30대의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이 미래 시제의 불안을 젖은 사진이라는 시각적 장치를 통해 막아보려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한 이들이 물에 젖어 반투명해진 사진 사이로 투과되는 빛을 통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는 현장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이렇듯 전시는 세 가지 시간의 층위를 하나의 공간에 배치한다. 이들의 작업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자가 바라보는 현실의 증거를 채집한다. 그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추적하고, 응시하고, 기다리면서 자신들이 딛고 서 있는 곳을 ‘현장’으로 만든다. 이들은 스스로를 목격자의 자리에 위치하여 증거를 수집하지만, 이 과정은 긴박하지 않고, 서로를 보채지도 않으며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과연 이들이 수집한 현장의 증거란 무엇인가. 세 명의 목격자들이 제시한 증거를 통해 우리는 어떤 현장을 추측하고, 상상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을까. 전시는 단순히 세 명의 작가들이 서로 다른 시선에 의해 도출된 특정 장소나 공간의 이면이 아니다. 그들은 아마도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했던, 그리고 앞으로 구성할 사람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채집한 것일지 모른다. 매 순간 소멸하고 생성되며, 예고되는 이 시대의 단면을 들춰볼 수 있도록, 그들은 현장의 목격자가 되어 아주 천천히 기록한다. /이슬비(미학관 디렉터)
이렇듯 전시는 세 가지 시간의 층위를 하나의 공간에 배치한다. 이들의 작업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자가 바라보는 현실의 증거를 채집한다. 그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추적하고, 응시하고, 기다리면서 자신들이 딛고 서 있는 곳을 ‘현장’으로 만든다. 이들은 스스로를 목격자의 자리에 위치하여 증거를 수집하지만, 이 과정은 긴박하지 않고, 서로를 보채지도 않으며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과연 이들이 수집한 현장의 증거란 무엇인가. 세 명의 목격자들이 제시한 증거를 통해 우리는 어떤 현장을 추측하고, 상상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을까. 전시는 단순히 세 명의 작가들이 서로 다른 시선에 의해 도출된 특정 장소나 공간의 이면이 아니다. 그들은 아마도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했던, 그리고 앞으로 구성할 사람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채집한 것일지 모른다. 매 순간 소멸하고 생성되며, 예고되는 이 시대의 단면을 들춰볼 수 있도록, 그들은 현장의 목격자가 되어 아주 천천히 기록한다. /이슬비(미학관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