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김홍희의 페미니즘 미술 읽기 (7)]
강요되는 치장, 폄하되는 감정…여성 노동의 민낯을 다시, 메이크업하다
‘환상의 복식조’ 주황 vs 신민 vs 치명타
김홍희(미술사학자, 평론가, 큐레이터)
‘환상의 복식조’ 주황 vs 신민 vs 치명타
김홍희(미술사학자, 평론가, 큐레이터)
강요되는 치장, 폄하되는 감정…여성 노동의 민낯을 다시, 메이크업하다
‘환상의 복식조’ 주황 vs 신민 vs 치명타
‘환상의 복식조’ 주황 vs 신민 vs 치명타
■ 여성노동자의 초상
환상의 복식조 6라운드는 여성 초상을 화두로 주황(57), 신민(36), 치명타(33·최은혜)를 초대했다. 주황은 사진, 신민은 조각, 치명타는 영상을 주매체로 작업하며 감성적 차이도 있지만, 초상화라는 전통 장르를 현대화하는 점에서 한데 만난다. 서양미술사 전통에선 영웅적인 역사화, 종교화가 남성 장르로 주류화되었던 반면 일상적 초상화, 정물화, 풍속화는 비주류 여성 장르로 폄훼되었다. 한국의 경우 사대부 문인화뿐 아니라 전문화원의 산수화, 초상화 모두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터라 여성 장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에 이르러서야 ‘추상 대 형상’이라는 양식적 대립으로 형상적 초상화가 전형적 여성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들 3인의 초상은 노동 문제를 축으로 인종적, 계급적, 젠더적 차별을 이슈화하는 주제적 시의성에서, 또한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모순과 부조리한 여성 현실을 의식하는 비판적 발언에서 페미니즘 장르로 평가할 수 있다. (중략)
■ 치명타
유튜브 영상물을 차용한 치명타
‘최저 시급 메이크업’ 작품 통해
아름다움의 의미와 편견을 직시
‘미모 집착 사회’에 비판 펀치 날려
‘최저 시급 메이크업’ 작품 통해
아름다움의 의미와 편견을 직시
‘미모 집착 사회’에 비판 펀치 날려
치명타는 여성을 타자화하는 부계 질서와 위계적 사회구조에 ‘치명타’를 날리는 것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삶을 가시화한 고발적 르포르타주 ‘여의도-로잉’(2016~2019), SNS에서 채집된 다양한 뉴스와 이미지를 재구성한 ‘페이스북 드로잉’(2016) 등 대중친화적 드로잉 프로젝트에 이어 그는 도발적 유튜브 영상 ‘메이크업 대쉬’(2017)로 본격 등단한다.
총 25개 단편 영상물로 구성된 ‘메이크업 대쉬’는 뷰티 유튜브 영상 포맷으로 여성적 아름다움의 사회적 의미와 편견을 직시하는 페미니즘 프로젝트이다. ‘서른부터 일흔’은 여성은 젊고 아름다워야 된다는 연령차별주의에 맞서 5단계 노화 메이크업으로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연출한 풍자 영상이다. ‘문래동 메이크업’에서는 철공소 노동자를 위한 화장으로 구릿빛이 된 자신의 얼굴을 통해 블루칼라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꾸밈비용’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여성 현실을 빗댄 ‘최저시급 메이크업’에선 시급 6470원으로 구입한 화장품으로도 화장이 가능한 방법을 시연한다. ‘25호 단상’에서는 하얀 피부를 선망하며 짙은 파운데이션 컬러 25호보다 밝은 21호를 선택하게 만드는 회사의 판매전략을 그럴듯하게 분석한다. ‘메이크업 대쉬’는 미모에 집착하는 ‘우리’ 여성들의 자조적 초상이자 그에 대해 비판 펀치를 날리는 모노드라마다.
작가는 2019년 또 하나의 유튜브 문제작 ‘실바니안 패밀리즘’을 발표한다. 영국 중산층 가정을 모델로 개념화한 ‘실바니안 패밀리’라는 유명 동물 인형들을 주역으로 내세우고 자신이 무성영화 변사처럼 내레이션을 담당한 일종의 꼭두 인형극이다. 작가는 부·모·자·녀로 구성된 4인조 인형으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이를 전복시킬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중략)
출처 : ©경향신문(www.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