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aster Drawing Installation, Space Imsi, 2021 ⓒ사진 진철규



재난도감 Disaster Drawing
작가노트

 〈재난도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인 2020년 초에 구상을 시작했다. 그때는 단순히 여느 좀비 영화의 캐릭터처럼 바이러스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항하여 궁핍한 방법으로 살아남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상상했다. 마침 일하던 학원에서 해고되고 정부도 집에 머물라 하기에, 가끔 작업 구상이나 하며 좋아하는 TV를 실컷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긴급한 뉴스 속보를 보았다. 뉴스는 정신 장애인 시설이 코호트 격리되어 그 안에서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나는 코로나 이전에도 대다수의 장애인이 사회와 단절된 채 생의 대부분을 시설에서 보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코호트’라는 단어는 생소했지만, 이 나라가 장애인을 격리하여 비장애인과 분리한 채 사회 질서를 유지해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어떤 날엔 우연히 공공미술 기획서를 다수 접할 기회가 있었다. 백여 개의 서류를 읽다가 이내 부아가 치밀었다. 서류 속 많은 사람이 K-방역을 상찬하며 코로나를 ‘치유’하고 ‘극복’하자고 아우성쳤다. 그것을 미디어 파사드, 예술로 실현하자고 했다. 물론 어떤 맥락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나도 안다. 하지만 빼곡한 서류 너머, 나의 SNS 뉴스피드에는 매주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떼어와야만 무료 도시락을 받을 수 있다는 빈민의 이야기와,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설과 병원에 갇힌 채 감염의 공포를 견디는 이들의 이야기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예술이 말하는 ‘치유’와 ‘극복’의 광장에 이들의 자리가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이러한 일들을 경험하며, 미뤄왔던 본 작업의 기획 의도를 대폭 수정했다. 코로나라는 재난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사망했고,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스러지는 상황을 마주하며 예술가가 아기자기하게 살아남는 방법 따위는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재난도감〉은 ‘도감’이지만 코로나가 왜 발생했고, 이를 어떤 방역 시스템으로 막아왔는지 등의 재난 묘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예술로 재난을 극복하고 대화합의 장으로 승화시키자는 거대한 포부도 없다. 그저 재난이라는 이슈의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진 이들의 안녕을 확인하고, 재난을 특정 개인의 불운으로 해석하는 것을 거부할 뿐이다.
 본 작업은 코로나라는 재난을 기폭제로 드러난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의 단면을 수집하고, 취약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당면한 문제를 기록한 드로잉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재난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가장 먼저 제외되고 배제되는 것은 무엇인지, 코로나 이전에 발생한 사회적 재난에서 진작 배웠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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