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에 대한 혐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치명타 작가와의 대화
2021. 1. 18. (월) 18:00pm ~ 19:00pm
아넥스 (ANNEXE) 을지로 11길 33 5층
Hatred Against P / Artist Talk / 출처 C.A.S. 2020


치명타 작가와의 대화

윤혜린 진행자
치명타 작가
원영 큐레이


인사 및 작가, 작품 소개
윤혜린 : 안녕하세요, ‘작가와의 대화’ 진행을 맡은 윤혜린이라고 합니다. 오늘 자리를 함께 해 주신 치명타 작가님, 그리고 작가님을 담당했던 조원영 큐레이터님과 대화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작가님께 본격적인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간단한 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 큐레이터님께는 전시 기획 배경과 전시 소개 부탁드립니다. 
치명타 : 안녕하세요. 저는 치명타라고 합니다, 저는 다양한 속성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들은 흔히 사회적으로 ‘소수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일 텐데요, 이들이 존엄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가는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주시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가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P에 대한 혐오> 전시에는 <메이크업 대쉬> 작품 중 두 가지와 <실바니안 패밀리즘> 다섯 가지 에피소드 중 세 번째와 네 번째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메이크업 대쉬>의 경우 제가 2017년에 했던 유튜브 업로드 작업인데, 제가 직접 뷰티 유튜버가 되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메이크업을 하고 그것을 기록해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그리고 아름다움이 어떤 식으로 규정이 되는 것이 건강한지에 대해 화두를 제시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실바니안 패밀리즘>의 경우는 ‘실바니안 패밀리’라고 하는 동물 가족 인형이 있어요. 그 인형의 세계관은 일종의 정상 가족 문화를 답습하는 세계관인데, 저는 이것을 전복하여 정상 가족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다른 소수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서로 연대하고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지점들, 그런 것들을 화두로 제시하는 영상 작업입니다.
조원영 : 저는 치명타 작가님을 담당하는 큐레이터이자 기획과 운영을 총괄하는 팀장이기도 합니다. 전시 주제를 제가 먼저 제안을 했는데, 요즘이 혐오의 시대잖아요, 혐오가 만연하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고, 그래서 이것이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혐오라는 감정이 원래는 더러운 것, 아니면 위협적인 것에 대한 기피의 감정에서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이것이 타자나 사회로 옮겨 온다고 생각해서 저희가 감각, 타자, 사회, 개인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치명타 작가님의 경우 사회 부분을 담당해주고 계십니다. 

질문 1 :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마음가짐
윤혜린 : 이번 전시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나 또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으셨다면 말씀해 주세요.
치명타 : 전시 같은 경우에는 옆에 계신 조원영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이러이러한 기획의 전시를 꾸리는데 작업을 <메이크업 대쉬> 관련해서 출품을 해 주시면 어떻냐 제안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처음에 그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 전시 주체가 홍익대학교 학생분들, 전시 기획을 주로 하시는 학생분들이 꾸린 전시라고 들어서 제가 대학 다닐 때가 생각이 났어요. 저는 현업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전시를 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게 어떤 마음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재미 요소, 흥밋거리를 가지고 그런 제안을 할지 그런 게 가늠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감사하게 느껴졌고, 전시를 수락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두 작품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주제로써 다루는 적이 처음이어서 제 작품을 17년도부터 19년도까지 같이 볼 수 있는 자리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원영 : 저희가 전시 제안을 드렸을 때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고 작업하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실바니안 패밀리즘>이랑 <메이크업 대쉬>가 시기가 다른데 그것을 같이 비교하여 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작가님 작품이 사회적인 이슈를 많이 담아내는 편이라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관련해서 글을 쓸 때도 이건 2017년 작품이다, 이건 2019년 작품이다 이렇게 명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윤혜린 : 저의 경우에는 작가님 작품을 아르코 미술관 기획 전시였던 <내가 사는 피드>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작품이 군더더기 없는 고화질의 스크린에서 상영이 되었다면, 이번 <P에 대한 혐오>에서는 아날로그 티비에 영상 재생이 됐어요. 같은 작품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화질 저하가 나타나기도 하고, 특히나 ‘문래동 메이크업’ 작업의 경우 이번 아날로그 티비와 찰떡궁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질문 2 : 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 가능성
윤혜린 : 작가님은 채택하신 영상 형식에 대하여 비판적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평소 어떤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시는지도 궁금하고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이런 콘텐츠들에서 작가님은 어떤 긍정적 가능성을 발견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치명타 : 이번 전시에 출품한 <메이크업 대쉬>와 <실바니안 패밀리즘> 모두 유튜브에 기반하고 있어서 유튜브에 대한 언급을 하게 될 것 같은데요. 처음 주신 질문 중 자주 보는 콘텐츠의 경우는, 나온 지 20년 정도 된 시트콤인데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굉장히 K-가부장적인 시트콤이 있어요. 그걸 정주행을 서너 번씩 할 정도로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요, 불편한 지점들이 많아요. 거기는 그야말로 혈연 중심으로 되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그리고 자식들, 그 대가족이 살면서 주변 이웃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는 그런 완전히 정상가족 문화의 시트콤인데. 그게 당시에, 20년 전에는 굉장히 유효한 서사였고 유효한 가정 구성이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시트콤이 나오고 흥행을 했겠죠? 그런데 그 20년 전의 문법을 지금 보면 낯선 것, 문제시되는 것, 그리고 ‘저건 지금 나오면 큰일 난다.’ 할 정도의 대사나 행동을 보면서 아 사회가 이렇게 발전해 오고 있고, 그전에 우리는 이런 것들을 우선시되는 가치로 믿고 살았구나.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지점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시트콤을 자주 보고 있고. 유튜브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유튜버 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콘텐츠화해서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행동하고 나의 가치관과 신념, 이런 걸 하나의 콘텐츠와 해서 창작하고 발언하는 수단인데, 그런 면에서는 개인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시발점이 된다는 거로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런 장점이 또 맹점이 돼서 그 사람이 가진 도덕적 잣대나 신념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차별하고 혐오하는 지점에서 아무런 규제가 없고, 그리고 개인의 도덕성이나 가치관으로만 판단 기준이 매겨져 버리니까 그런 식의 흐름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메이크업 대쉬> 작업을 언급하여 이야기를 하자면, 2017년도에는 뷰티유튜버 붐이 한창 시작되어서 흥행하는 시기였는데, 그때도 물론 다른 가치들을 이야기하는 유튜버도 있었지만, 획일화된 주류는 아름다움과 여성의 예쁨 이런 것을 상찬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때와 2020년도를 비교하면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해진 거죠. 여성이 당연히 여성스럽고 예쁜 여성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는 나만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의해서 이런 식의 꾸밈을 한다, 또는 ‘나는 꾸밈을 포기한다’, 또는 ‘나는 꾸밈의 수위를 내가 어느 정도 조절해서 이렇게 나는 살겠다’하는 식의 다양한 여성 스펙트럼이 있어서 이제 그런 것을 보다 보면 어떠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나의 획일화된 가치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고, 그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계속 넓게 번져 가고, 다양한 목소리가 중요해진다는 것에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윤혜린 : 비판적인 콘텐츠의 확산과 관련하여 말씀해 주신 것처럼 유튜브와 각종 SNS, 그리고 개인 방송 플랫폼은 개인의 발화에 힘을 실어 주었고, 또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는 영상들이나 이런 콘텐츠를 다시 한번 비판하는 영상들이 꼬리를 물며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다만 부정확한 정보가 정정될 틈도 없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든지,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든지 하는 점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콘텐츠를 능동적이고 비판적으로 소비하는 자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한국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대해 말씀 해주셨는데요, 2000년대 초반이야말로 정말 한국 시트콤의 전성기였죠. 그때 SBS ‘순풍산부인과’, 그리고 MBC ‘뉴논스톱’ 과 같은 시트콤들이 안방극장의 사랑을 독차지했었습니다, 사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런 시트콤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런데 방송사들이 일명 레전드 편들을 5분에서 10분씩 짤막하게 편집하여 자신들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하기 시작했고, 또 알고리즘을 따라 제 피드에 뜨게 되면서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 3 : 정보사회의 혐오에 대항하는 힘
윤혜린 : 온라인 확산이 용이한 영상 매체로 작업을 하시니 여쭈어봅니다. 영상 매체의 특성으로 편집이 쉽고, 정보의 확산과 저장에 한도가 없고, 실감 나는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온라인 환경에서의 혐오에 대해 생각해보신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정보 사회에 혐오와 혐오에 대항하는 힘의 성격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치명타 : 온라인 시대에 혐오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혐오 발언이나 아니면 혐오를 하는 상황 이런 것들이 실시간으로 생동감 있게 타자에게 빠르게 전해진다는 것이 특성 같아요. 그야말로 누구나 핸드폰을 하나씩 가지고 바로 영상을 찍거나 SNS에 글을 올려서 자기 생각을 어필할 수 있는 게 온라인의 장점이다 보니까 어떤 발언이나 행동에 있어서 조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차별하고 혐오하는 말들의 확산이 더 빠르고 많이 번져 나가고 모든 사람이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는 그런 게 특성일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하여 ‘정보사회의 혐오에 대항하는 힘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받고 또 생각했던 것은 제가 앞서 이야기해 드린 대로 확산이 용이해지고 누구나 그런 식의 발언을 쉽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정보사회의 혐오의 성격이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하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힘이 대항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그래서 원래 연대라는 것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퍼 나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혐오 등에 대항해 오던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연대하는 방식이 더 다양해졌다고 할까요. 활용할 수 있는 가짓수 중에 온라인 정보도 활용하고, SNS를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연대를 요청한다거나, 실시간으로 해시태그를 달아서 사안의 긴급성을 알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활용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여전히 대면하고, 계속 이야기하고 지속적으로 하는 그런 힘이 대항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윤혜린 : 저도 정보사회의 혐오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이 약 95%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오히려 전보다는 모호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령, 틱 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자신의 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발언을 해 주시면서 저는 다소 낯설던 틱 장애에 대한 이해도도 한층 더 높아졌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정말 생소했었던 것 같은데, 또 이렇게 관련 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까 예전보다는 많이 익숙해진 느낌이 듭니다.
치명타 : 존재 자체도 몰랐던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의 일상과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습득하게 되는 그런 거군요.
조원영 : 확실히 그런 순기능이 있는 것 같아요. 전시 주제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또 해 보자면, 저는 기획을 할 때 현재의 혐오가 만연한 현상이 절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떨어질 수 없는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을 해서, 서문에도 이걸 적어 놓았어요. 작가님이 이에 대항하는 힘은 직접 연대하고 말하고, 대면하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거기에도 동의하는 게, 어차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힘을 업은 그런 익명성의 혐오는 대면하는 거나 느리게 흘러가는 것에 힘을 쓸 수 없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작가님의 작업도 미디어에 의지를 하시지만 비교적 느리고 꾸준한 전달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2017년의 <메이크업 대쉬>도, 2019년의 <실바니안 패밀리즘>도 이제 시기가 좀 지났지만 2021년에 관객분들에게 새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Hatred Against P / Artist Talk / 출처 C.A.S. 2020


질문 4 : 현장미술가가 되는 일
윤혜린 : <실바니안 패밀리즘>에 대한 질문입니다.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실바니안 패밀리의 기존 패키지 의상을 벗겨내고, 새로운 의상을 입히고 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작업과정 자체가 실천적 예술가의 역할을 대변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사회적 연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예술을 통한 행동에 그치지 않고, 직접 소수자의 입장 그리고 그 현장에 서서 다른 방향을 향해 발화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치명타 : 이 질문에 관해서 제가 사전 논의에서는 현장에서 받는 에너지의 추동, 그리고 그것이 제가 시혜적인 입장으로 가는 것이 결코 아니라 우리가 서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에너지가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드렸어요. 그 답변 이후 생각을 더 해 보았습니다. <실바니안 패밀리즘>같은 경우는 제 주변에 늘상 존재하는 성 소수자 동료들, 트랜스젠더 동료들. 이분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그이들의 삶과 그이들의 주장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데 이것을 작업으로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어떤 부분이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그들을 당연하게 포함하지 않는 어떤 세계에서 그 세계를 전복해서, 이 사람들은 당연히 존재해야 하고 이들이 얼마나 가치 있고 존엄한 삶인지를 이해하는 걸로 작업을 꾸려 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바니안 패밀리라는 인형을 원래 좋아하기도 했고, 좋아하면서도 아이러니한 것은 그 인형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 인형의 세계관은 제 입장에서는 끔찍한 세계관이거든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와 아들, 딸이 있는 무조건적인 4인 가구에다가 요리는 엄마만 하고, 남자 인형이 의사로 들어가 있고. 이런 것들을 보면 굉장히 끔찍한 젠더적인 규범을 따르고 정상 가족의 틀을 답습하는 그런 구조인데, 그것을 수동적으로 그냥 이 인형이 귀여우니까 가지고 논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이 잘못된 세계를 어떤 식으로 전복해서 또 다른 식으로 꾸려서 능동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바니안 패밀리즘>이 작업으로 나온 것 같고, 원래부터도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할 때 민중미술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본격적으로 인권활동을 하면서부터 현장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인권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아저씨들이 해고 농성을 하셨는데, 그 현장에 연대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윤혜린 : 실바니안 패밀리 인형도 제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인형이었거든요. 그때는 인형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해서 하나하나 모았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투쟁에 대해 찾아보니 2007년부터 약 12년 동안 이어져 온 투쟁이라고 하더라고요.
치명타 : 네, 콜텍은 햇수로 13년 하셨고, 콜트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윤혜린 : 길게 이어온 투쟁이었던만큼 다들 많이 지치셨을 것 같은데 오히려 에너지를 받아오셨다고 말씀 해주셨어요. 저는 감히 그 열기를 짐작 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치명타 : 언제 끝나는지 기한을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을 하면, 지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게 지친다, 그리고 버틴다는 에너지만으로 추동되었다고 생각을 안 하고, 분명히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그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 싸움이 가능했다고 보거든요. 아마 당사자인 아저씨들이 더 많이 아실 거고 저는 당연히 모르는 부분이 있을 텐데,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 보면 그 안에서 또 나름대로 얻어지는 에너지와 본인이 지키고자 하는 명예, 그리고 사회에 남기고자 하는 어떤 가치. 그러한 아주 소중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원영 : 10년 넘게 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실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또 아까 말씀 해주셨던 전복적인 성격에 대해서 조금 말씀을 드리자면, 항상 제가 작가님 작품을 볼 때마나 전복을 참 잘하셨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메이크업 대쉬>의 경우도 유튜브의 문법을 그대로 차용했으면서 그 내용을 완전히 반전시켜 버리셨고, <실바니안 패밀리즘>같은 경우도 비판점을 잘 녹여내면서 재미와 풍자성 등도 챙기셨다고 생각이 들어요. 

질문 5 : 작품 속 의사 전달 방식
윤혜린 : 작가님의 작업은 사회가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측면을 꼬집지만, 조원영 큐레이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유머스러운 분위기를 통해서라든지 아니면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든지 하는 특유의 전달 방식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의도하면서 작업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치명타 : 작업을 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그렇게 거창하게 드릴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해 오면서 어떤 식의 전략을 취해야 하겠다 마음먹은 이유가 있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어려운 그런 이야기일 수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이것을 창작자가 작업한다고 할 때 어떤 식으로 변환해서 관객에게 보여줄 것이냐, 그게 저한테 달린 거죠.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심각하면 심각한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이야기가 많으면 많은 대로 그렇게 작업을 했었어요. 그러니까 보는 사람이 전혀 못 알아듣더라고요. 주변인들이 제 작업에 대해 피드백을 해줄 때 네 작업은 너무 다양하고, 어렵고,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일 중요한 핵심적인 메시지가 안 보인다. 이런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다면 쉽고 알아듣기 편하게 작업을 하려면 어떤 식의 방식을 취해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전략을 짜게 된 게,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일수록 좀 더 단순하고 알아듣기 쉽게 어떤 방식을 차용해야 될 텐데, 그 부분에 있어서 유머코드라던가 일상적인 매체가 될 수도 있고, 오브제가 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활용하면 구현이 용이하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구현하고 있는 과정이고요, 매끄럽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해서 그 부분은 제가 계속 연구를 하고 다듬어가고 새로운 문법을 습득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어떤 유머코드나 일상적 오브제를 활용하거나 이런 것들은 전략적인 사용이었던 것 같아요.
조원영 : 실제로 오늘 관람객분들도 그렇고, 전시 순서상 치명타 작가님 작업을 마지막에 보게 되는데 그런 유머코드가 잘 삽입되어 있어서 평을 들어보면 쉽고 재미있고 즐거워하는 것은 <실바니안 패밀리즘>이더라고요. 저는 작가님을 최근 작업만 보고 알고 있었는데, 당연히 원래 그런 문법을 사용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그게 전혀 아니었고 이것도 전략적으로 차용하셨다니 대단한 것 같습니다.
치명타 : 저는 심각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알아듣게,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부러워요. 저도 그렇게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데 잘 안 돼서요. 
윤혜린 : 이전에 문답을 주고받을 때 사실 유튜브 작업을 하실 때 부담스럽고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아요.
치명타 : <메이크업 대쉬>를 먼저 하고 <실바니안 패밀리즘>을 나중에 해서 나중에 한 이 작업은 조금 덜 해요. <실바니안 패밀리즘>도 여전히 제 목소리가 나오고 연기를 제가 어느 정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듣다 보면 소위 말하기를 ‘항마력’이 부족한데. <메이크업 대쉬>같은 경우에는 이런 기법을 써서 이렇게 하면, 이 효과가 나니까 재미있겠다, 해서 작업을 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최적화된 인물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작업을 했으면, 편집할 때는 당연하고 그 후에도 전시든지 아니면 스스로 점검을 할 때 계속 제 작업을 봐야 하는데 너무 힘든 거에요. 제 얼굴이 나와서 무슨 얘기를 하고 메이크업을 하고 이게 너무 힘들어서 아직도 그 작업 보는 게 힘들어요. 저는 그런 소위 긍정적인 의미의 관종끼는 없는 것 같아요. 
윤혜린 : 저는 이 부분이 정말 큰 반전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저번에 뵀을 때도 그렇고 그냥 본 투 비 ‘인싸’이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런 과정이 힘드셨다고 하니까 흥미롭기도 하고 그런 고충이 있으셨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질문 6 : 향후 작업 계획
윤혜린 :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나가실지 궁금하고요, 지금 계획 중인 작업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치명타 : 지금 계획 중인 작업은, 어찌 되었건 간에 지금 전 세계를 크게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재난’이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서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간 ‘재난’인데, 생각해보면 이 재난이라고 하면 일종의 사회적 참사, 그것은 코로나 이전에도 계속 지속되어 왔고, 코로나라는 어떤 질병과는 달리 또 다른 형태, 이를테면 산재라던가 하는 식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비로소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나게 됐지만, 그 이전부터 있었던 재난들과 이 코로나-19를 잇고, 앞으로 어떤 식의 재난이 있을지, 그리고 그 재난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누구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더 건강하고 민주적으로 될지, 이런 것을 언급하고 싶은데, 작업 방식은 드로잉이나 회화를 이용해서 도감의 형식으로. 사토우치 아이가 글을 쓰고, 마쓰오카 다스히데가 그림을 그린 <모험도감>이라고 있어요. 캠핑을 떠나는 일정을, 준비해야 할 재료, 가서 하면 좋을 것, 요리법, 곤충은 이렇게 채집한다, 이렇게 잔다. 이런 것들을 도감 형식으로 해 놓은 일본 작가의 책이에요. 그것을 오마주를 해서 재난 상황에 처한 일인칭 시점의 창작자가 이 재난을 어떻게 경험하고 경험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이 사람의 주위에 있는 이웃들은 어떤 식의 삶을 살고 있는지를 환기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윤혜린 : 들어보니까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를 강타한 재난인만큼 많은 작가님의 작업 소재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치명타 작가님은 이런 소재를 어떻게 풀어나가실지 기대가 됩니다.
조원영 : 이번에 출품하신 <실바니안 패밀리즘>도 그렇고 <메이크업 대쉬>도 그렇고, 시의성이 잘 드러나는 작업을 해 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가 되고요. 유튜브를 얼마 전에 봤는데 최초 공개로 새로운 작업이 곧 또 하나 올라오지 않나요. 
치명타 : 을지로에 있는 서울 익스프레스를 하시는 전유진 작가님이 ‘여성기술랩’이라는 프로그램을 하시는데, 거기서 제가 이해하는 바로 설명을 드리자면, 전자나 회로, 서킷 밴딩, 해킹 이런 문법들이 그동안 남성들이 전유해오고 남성 위주로 세계가 돌아가는 그런 시스템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근데 이것을 여성 위주의 서사로 하는 게 ‘여성기술랩’이라고 저는 이해를 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제가 다이소 장난감을 사서 해킹하는 영상을 찍어서 그 기술연구모임 결과 발표로 올린 영상입니다. 
조원영 : 유튜브를 가면 확인하실 수 있고요, <실바니안 패밀리즘>도 저희가 3편과 4편밖에 전시하고 있지 않은데 전편과 외전까지 볼 수 있으니까 치명타 작가님 유튜브도 많이 찾아와 주세요.
치명타 : 유튜브 주소 말해도 되나요? 유튜브 주소 ‘크리티컬 히트’라고 영어로 치시고요, 뒤에 2020 붙이면 제 채널이 있습니다. <메이크업 대쉬>, 지금 출품해 놓은 <문래동 메이크업>이랑 <서른에서 일흔> 영상 공개를 지금 해 놨고요. 원래는 공개를 제가 안 하고 있었거든요, 작년부터. 그 두 영상이랑 <실바니안 패밀리즘>, 그리고 그 이후에 제가 작년에 작업했던 <실바니안 패밀리즘> 스핀오프 작업, 또 이 해킹 영상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youtube.com/CriticalHit2020)

Q&A
윤혜린 : 저희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이지만 라이브 시청자분들도 궁금한 지점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댓글 창에 질문을 올려 주시면 Q&A 시간을 가져보도록 할게요. 먼저 들어온 질문이 있어요. ‘작가님은 매끄러운 영상과 거친 듯한 영상 중에서 어떤 영상 작업을 더 선호하시는지’ 여쭤보셨습니다.
치명타 : 물론 기술적으로 매끄러운 영상을 구현하고 싶어 하고요, 다른 작가님의 아주 매끄러운 영상 기술, 최고의 영상 기술을 집합한 그런 작품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구현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제가 한 작업을 생각해보면 거칠고 낯선, 덜 다듬어진 영상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딱히 두 개 중에 더 선호하는 게 있다, 그런 것은 아니고요, 각기 다른 장점이 있다 보니까. 그런데 만약에 저도 어떤 기술을 습득해서 잘할 수 있게 되고, 매끄러운 영상 구현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면 그 언어를 기꺼이 쓰겠죠?
윤혜린 : 그리고, ‘치명타라는 작가명을 짓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치명타 : 이 작가명은 제가 미술대학을 다닐 때 지었는데요, 지금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재단이나 선생님들이나 동료들과 통화할 때 “저 치명타인데요”라는 말을 제가 부끄러워서 잘 못 해요. 인사할 때에도 제 활동명을 잘 못 알아들어요. 이 이름을 지을 때의 계기는 재미 반으로 지었어요. 사람 이름처럼 세 글자이면 좋겠고, 또 제가 최씨이다 보니까 치읓으로 시작하는 그런 단어이면 재미있겠다. 그리고 그때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작가님들 중에 ‘양아치’ 이런 이름도 있어서, ‘양아치’보단 제 이름이 덜 세잖아요. 그래서 ‘치명타’ 정도야 뭐 이렇게 생각하고 좀 경솔하게 지었죠. 장난으로는 그렇게 했고, 이제 진지한 바는 제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을 앞으로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저는 시각 예술이라는 도구가, 예를 들어 시대가 100의 속도로 간다고 한다면, 시각 예술은 30에서 50정도로 가는 느린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당장에 현장을 바꿀 수 없고 당장에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게 이게 과연 무슨 소용인가 하는 회의적인 마음이 있었는데, 그걸 비튼거죠. 제가 하고 있는, 앞으로 하게 될 작업이 그 시대에 유효한 서사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역으로 ‘치명타’라고 지었던 것 같아요. 유효한 타격을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반대로 좀 지었던 것 같아요. 
윤혜린 : 또 다른 분이 흥미로운 질문을 해주셨어요. ‘<실바니안 패밀리즘>의 경우에 동물의 종이나 특징을 고려해서 인형에 역할을 부여한 것인지’ 궁금하시다고 합니다.
치명타 : 저도 이 질문은 처음 받아보았고요, 신박한 질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왜 신박하냐면 저는 그런 뜻이 없었거든요. 실바니안 인형을 콜렉팅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기본 세팅이 토끼 인형이 기본이에요. 그리고 거기서 좀 변주된 독특한 애들이 고슴도치, 수달, 코끼리 이런 애들인데, 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동물을 구하고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하나씩 세팅을 했어요. 그런데 ‘난민편’에서의 아기 수달은 수달이라는 정체성과는 상관이 없지만, 아기로 설정한 것에는 이유가 있 어요. 청소년이나 아동들의 발언을 보통 신뢰하지 않거나, 하나의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지 않거나, 이 사람의 보호자의 의견을 더 맹신하거나 하잖아요. 그래서 난민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그 사람이 나와 똑같은 일 인분의 가치를 가진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이 하등하고, 또 이 사람이 하는 말이 중요하지 않고. 이렇게 대하는 문맥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아기 캐릭터로 설정을 했어요. 그런데 동물별로 그런 건 없어요.
윤혜린 :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Q&A 시간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치명타 작가님 그리고 조원영 큐레이터님을 모시고 전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저희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문의를 주세요. 전시는 을지로 오브에서 1월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관련 정보는 <P에 대한 혐오>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작가와의 대화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서화 작업 / 김서현
출처 / P에 대한 혐오, C.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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