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비평 삼사
〈실바니안 패밀리즘〉에 관하여
치명타

Sylvanian Familism Installation, Cine Space Juan, 2019 ⓒ사진 진철규


〈실바니안 패밀리즘〉에 관하여
by 동무비평 삼사 (2020. 12. 20.)

<실바니안 패밀리즘>은 ‘실바니안 패밀리’라는 인형에서 출발했다. 이 인형은 보송보송한 털과 앙증맞은 표정을 가진 동물 인형으로, 주로 4인 가족으로 구성된 인형 세트를 대표 상품으로 판매한다. 인형 외에도 집과 가전, 생활잡화 등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할법한 많은 것들이 미니어처 크기로 재현-판매하고 있다. 구매자는 이 인형을 수집하고 플레이하며, 실바니안이 말하는 ‘자연, 가족, 사랑을 소중히 간직하며 이웃을 배려하고 함께 어울리는’ 가상의 삶을 꾸린다.
‘실바니안 패밀리‘의 세계는 한없이 평화롭고 이상적인 사회다. 치마를 입은 동물이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고 부띠끄에서 쇼핑을 하거나, 바지를 입은 동물이 환자를 돌보고 피자 배달을 한다. 아기들은 젖병을 하나씩 물고 아기침대에서 잠이 든다. 이 작은 세계에는 아무런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덧붙여 구성원들도 모두 자신이 부여받은 역할에 충실하게 설계되어 있고 그것에 만족한 듯 보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재현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실바니안 세계는 현실 세계와 매우 닮아있다.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고 서둘러 미봉책으로 매듭짓는 사회. 그래서 언뜻 보았을 때는 너무나 조용하고 굳건해 보이는 일상이 그것이다. 문제시되는 상황을 지우고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배제할 때에 이 기만적인 평화는 지켜진다. ’실바니안 패밀리‘를 보면서, 인형이 가진 귀여움만을 즐기기에는 꽤나 입맛이 씁쓸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중략)
출처 : 동무비평 삼사(https://review34.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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