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대쉬 Make up Dash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채워주는 유튜브. 하지만 그 ‘알참’이 여성을 차별하고 소수자의 자리를 지우는 방향이라면 마땅히 개선되어야 한다. 나는 유튜브 세계의 잘못된 부분을 변환하기 위해 스스로 뷰티 유튜버가 되었다. 매주 화두를 정해 화장을 했고, 이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Make Up Dash 시리즈는 사회가 말하는 가장 ‘여성스러운’ 행동인 화장으로 ‘여성스러움’을 전복하려는 시도다. /치명타
YouTube helping to richly fill up slivers of time. Yet, if the ‘richness’ is directed to discriminate women and remove the status of minorities, there must be something done to it. I became a beauty YouTuber myself to transform what is not right in the world of YouTube. I video-recorded my make-up routine based on one or two themes a week. 𝙈𝙖𝙠𝙚 𝙐𝙥 𝘿𝙖𝙨𝙝 series is an attempt to overturn ‘femininity’ with ‘makeup’ which the society refers to it as the most ‘feminine’ act. /Critical Hit
작가노트
자투리 시간이 나거나 심심할 때 유튜브를 자주 들여다본다. 유튜브에는 오만가지 정보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과 정보를 무료로 보는 이에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중에서도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메이크업과 계절별 옷차림 등 아웃 핏에 관련된 분야다. 그들의 메이크업 방송을 보고 있으면 십 분 남짓한 시간이 순식간에 삭제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곤 한다. 그만큼 몰입도가 좋고 재미있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날 평상시와 같아 보였던 영상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하는 뷰티 유튜버의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남자친구에게 사랑받는’, ‘성형 메이크업’, ‘예쁘면 장땡’ 등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나는 이 말들에게서 여성의 외모가 ‘경쟁력’이 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예뻐져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을 느꼈다. 나 또한 예뻐지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준에서 아름다워지고 싶은 지극히 단순한 욕망이다.
나는 이러한 불편한 지점들을 유튜버들만이 가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또한 나처럼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써 시스템이 정한 틀에 자연스럽게 부합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검은색 립스틱을 바른 여성에게 상냥하지 않다. 드세고 튀어 보인다고 손가락질한다. 여성은 분홍색 립스틱을 발라야 하고 화장을 했지만 마치 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러면서 반대로 맨 얼굴은 화장을 한 것처럼 잡티 없이 완벽하길 바란다. 이러한 잣대는 유독 여성에게만 가혹하게 작용한다. 굉장한 모순이다. 나는 이러한 모순을 통과하는 방법으로 유튜버들의 방송 형식을 채택했다.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는 형식에서 이를 개선하고 수정해나가는 양식으로써 변환하는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 뷰티 유튜버가 되어 매주 1가지씩 메이크업을 한다. 해당 메이크업을 통해 여성의 권리와 성 평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의 채널은 얼핏 보았을 때는 다른 뷰티 유튜버들의 콘텐츠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가 하는 화장의 목적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는 것이 아니다. 여성차별에 이바지하는 것 또한 아니다.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여 투쟁하고(투쟁 메이크업) 조연에 머무르는 여성 캐릭터를 폭로하며(도라에몽 메이크업), 21호와 23호로 점철된 파운데이션 시장에 의문을 제기한다.(25호 단상) <메이크업 대쉬>는 사회가 말하는 가장 ‘여성스러운’ 행동인 화장으로써 ‘여성스러운’ 것들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시도다.
그리고 나는 내 주변에 늘 존재하는 성소수자 동료들을 기억한다. 그들은 남성과 여성으로 나뉜 세상의 편견에 맞서 삶으로써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작업 기간 동안 퀴어 페스티벌이 열리면 <무지개 메이크업>으로 연대하고, 헤테로 시스 젠더 여성이지만 내 안의 남성성을 찾는 <드랙킹 메이크업>을 하면서 성별 이분법에 대항한다. 나의 화장은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환기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제시할 것이다. /치명타
△ 2017. 11. 17 - 11. 28 서울문화재단 문래창작촌 지원사업 MEET 창작 지원 전시 〈Make up Dash〉, 문래예술공장 스튜디오M30,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