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잉 Yeouido-rawing
작가노트
 
“한창 좋을 나이에 이 험한 곳에 오셨군요.”
이 말을 들은 곳은 여의도 콜트콜텍 농성장이었다. 원래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였던 그들은 2007년 일방적인 해고를 당한 이후 고공농성, 단식부터 연극, 밴드 공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범주에서 절박하게 투쟁해왔다. 나는 예술가로서 이 문제에 동참하고자 2016년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여의도 농성장에서 현장 드로잉을 하고 있다. 농성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재미있게 생각되는 말을 포착하여 드로잉을 하는 것이다.
흔히 빨간 띠를 두르고 주먹을 높이 드는 풍경을 상상할 것이지만, 이곳의 일상은 대부분 고요하고 느리게 흘러간다. 투쟁을 시작한 지 10년의 긴 시간이 흐르는 사이, 무관심해진 사람들 속에서 묵묵히 시간을 견디는 것도 투쟁의 일환이 되었다. 길고 무료한 시간을 핸드폰 게임으로 때우기도 하고, 자기 집 앞마당처럼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여의도를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같은 고요한 일상이 이들의 투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긴 하루, 아무 진전이 없는 고여 있는 시간의 좌절감을 어떻게 견뎌내는가에 이 투쟁의 승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한창 좋을 나이에 험한 투쟁현장에서 그려온 그림들은, 한창 일하기 좋을 나이에 해고되어 이런 험한 곳에 머문 사람들의 풍경이다. 우리는 왜 한창 좋을 나이에 이 험한 곳에 함께 있나. 현장의 사정상 종이에 펜과 마카 등의 간단한 재료들로 그려낸 이 그림들이 그곳의 상황을 전하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임을 사회에 환기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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